열심히 농장을 가꾸어내며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짧디짧은 프로젝트의 끝이 다가온다. 몇 달을 이곳에서 지내는 캠프 리더들이 너무나 부러웠다. 어느 정도 우리 프로젝트는 마무리되었고, 마지막 주말을 껴서 우리는 1박 2일간 버스를 타고 아이슬란드를 한 바퀴 돌며 여행을 하기로 했다. 앞에서 소개한 Nicolas와 Olivia가 있는 캠프의 인원들도 동행하게 되어 또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설렘과 함께 주말을 기다렸다. 또, 그 캠프 인원 중에는 한국인이 있었다.. 몇 주를 이 친구들 사이에서 안되는 영어와 눈칫밥을 갖고 연명해온 터라 한국인, 한국말이 너무 그리웠다. 또한, 그 캠프는 정말 다른 시설에서 이루어지는 봉사기 때문에 그 농장의 사정도 궁금했다.
외국인들과 1박을 함께하는 여행은 난생 처음이었으므로, 짐을 Pack up 할 때부터 조금 들떠 있었던 것 같다. 이것저것 챙기면서 멤버들에게 장난도 치고, 여행이 끝나면 이제 헤어지는 거냐며 그새 피어난 정들을 무심한 척 위로했다.
Jacob&Artur. Let's go to hang out!
여행 날 아침, 우리는 도시락을 싸는 일로 하루를 시작했다. 아이슬란드의 물가는 알다시피 정말 비싸고 생각보다 갈 길이 멀어 점심을 어디 들어가서 먹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몇 주간 주구장창 먹어왔던 펜네 파스타를 삶고, 갓 구워진 빵으로 샌드위치를 만들며 아침을 보내고 있으니 우리를 1박 2일간 이끌어줄 투어리스트와 투어버스가 도착했다.
이미 버스에는 다른 농장 친구들이 타 있었고, 우리는 그 사이사이 빈자리를 찾아 앉게 되었는데. 내 옆에 앉은 친구는 아프리카 케냐에서 온 Tobby라는 친구였다. 덩치가 얼마나 컸던지, 처음에 자리에 앉자마자 '이번 여행 허리 망했다….' 생각하며 속으로 울었다. 정말 자리가 너무 불편해서 처음엔 짜증이 막 났다.. 12시간을 타고 가야 하는데 의자 반쪽에 몸을 꾸겨 넣고 있었으니.. Sorry Tobby ..;) 하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를 연신 외치며 이놈과 친해지기로 맘 먹었다. 친해져서 있는 힘껏 기대자려고..
또 이 전 멤버들 중에는 흑인 친구가 한 명 없어 아쉬웠는데, 마침 잘됐다 싶어 열심히 대화 시도를 했다. 이 친구는 말했듯 우리에게 사파리 투어로 유명한 케냐에서 태어난 케냐인이다. 마침 비정상회담에서 케냐에 관한 이야기를 너무 흥미롭게 접한지라 이것저것 물어볼 게 많았다. '야, 너네 성인이 되려면 진짜 사자 사냥해야 돼..?', '아프리카에 납치보험이란 게 있다는데 진짜야..?', '사파리 투어 해봤어? 어때?'. (성인식 때 갖는 사자 사냥은 부족마다 다른데, 마사이족이 그렇다 하더라. 또 케냐는 생각보다 별로 위험하진 않다고. 그리고 사파리 투어 이야기 할 때는 신나서 사진들을 보여줬는데, 정말 정말 정말 다시 한 번, 꼭 가보고싶다는 다짐을 하게 해준 사진들이었다. 물소며 사자며 코뿔소, 기린들. 정말 실사 라이언 킹을 연상케 하는 사진들이었다) 이런 저런 주제로 대화하다보니 금방 친해졌고 나름 편하게 기대는 자세를 찾게 되었다. 휴,,
Kenya 출신 Tobby Terer
이 친구 이야기를 좀 더 하자면, 이 친구는 운동선수가 정말 많은 케냐와 아프리카에서 스포츠 에이전시를 하고 싶어하는 친구였다. 큰 꿈을 이루기위해 캐나다 나이아가라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정말 진지한 눈빛과 말투로 자기의 꿈을 말하더라. 역시 꿈있는 자들의 눈동자는 별처럼 찬란한 것 같다.
Hey bro, just keep going yourself! was so lovely dream and could feel so much enthutsiasm with you even though your brief comments, I definietly cheer it up Tobby. See you again one day!
1박 2일 여행 중, 첫째 날의 행선지는 우리 캠프의 정 반대인 동쪽 또 다른 Worldwide 베이스캠프로 해변을 따라 반바퀴 돌아가는 여정이였다. 그 중간 중간 우리는 정말 아름다운 갖가지 관광지를 지날 수 있었다. 몇 곳 인상 깊었던 관광지들을 사진으로 소개한다.
Varmahlíð, Iceland의 흔한 휴게소 풍경..
자연 온천수가 고여있는 동굴 Skútustaðahreppur
미세먼지 0.00% Iceland National Park
지도 상으로는 그리 커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한 '나라'를 하루 만에 반 바퀴 돈다는 게 꽤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중간중간 관광지를 본 잠깐의 시간을 포함해 무려 14시간 버스를 탔다. 물론 끼니는 버스에서 이동 중 아침에 열심히 만들어 온 무(無)맛 펜네 파스타, 샌드위치가 전부였고. Artur의 추천으로 싸온 땅콩이 겨우 내 허기를 달래줬다. 나름 인기 많았던 땅콩을 버스 전체에 베풀며 주변에 앉은 다른 친구들과도 도란도란 친해졌다.
아침부터 열심히 달려온 베이스캠프, 이곳은 또 다른 봉사활동이 진행되는 공간이자 봉사 기간 중간중간 자유의 시간을 갖는 캠프 리더들이 쉬는 공간이기도 했다. 그래서 정말 컸고 시설도 너무 좋았다. 짐을 부랴부랴 풀고 우리를 기다리던 친구들이 만들어 준 식사를 하러 갔는데, 메뉴는 또(또또또) 파스타와 토스트 ^^, 한국 가면 한 달은 파스타의 P자도 생각 안 나겠다..
그래도 배고프니 울며 겨자먹듯 한접시 떠서 또다른 한국인 봉사자 태이누나와 식사를 함께 했다. 드디어 말할 기회를 찾은 우리는 긴장을 한시름 풀고 "한국말"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어쩌면 이방인, 소수자의 신분으로 이들의 문화를 엿보고 있던 우리는 서로가 나름 느껴왔던 것들에 대한 적지않은 공감대가 있지 않았나 싶다. 나는 앞에서 신나게 적은 에피소드들을 열거해가며 조금은 '달랐던' 이들과의 경험들을 공유했고. 누나도 나름의 경험과 시각으로 느꼈던 감정들을 공유해주었다. 공감대를 갖고있는 사람과의 대화는 어찌나 신나는 일인지 시간가는지 모르고 재밌게 대화했고, 다른 멤버들이 옆에 소파에 둘러앉아 춤추고 마시며 난리 칠 동안 우리도 지지 않고 수다 떤 것 같다.
머물렀던 East Worldwide Base camp의 베란다 풍경. 인상깊던 호수와 설산
새벽부터 또 다시 시작될 둘째 날의 일정을 위해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식사를 마무리하였고. 잠깐 눈을 붙이니 믿기 싫은 내일이 왔다. 다음날 버스 자리 선정은 그야말로 혼자만의 전쟁이었다. Tobby는 정말 좋은 친구지만 오늘은 그 옆에 앉기가 죽어도 싫었다.. Sorry again, bro... 마침 어제만의 대화로는 부족했던 태이누나 옆에 자리를 꿰찼다.
어젯밤 잠깐의 대화로는 충분치 않았던 우리의 대화는 여정이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이어졌고, 북쪽 해변을 따라 돌아오면서 접했던 또 다른 아이슬란드의 장관들은 정말 큰 경이로움을 자아내주었다.
동고동락 함께한 Artur, Jacob at Borgarbyggð
아이슬란드에 오기전 기대했던 모습을 그대로 담고있던 장소 Glacier Lagoon
Iceland의 자연 야외 Spa Green Lagoon
스파르타 일정으로 강행한 1박 2일의 Tour 여행은 이렇게 대부분 버스에서 친구들과 수다 떨다 자다가 하면서 마무리를 돼가고 있었고, 나의 짧았던 캠프의 여정도 하루 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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