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CAMP” in Iceland 03. 주말을 이용한 레이캬비크 시내여행 및 가벼운 하이킹.
내가 간 아이슬란드 봉사캠프의 주말은 Just Chilling Time이었다. 분담한 가사일 빼고는 딱히 할 게 없어 보통 봉사 리더들과 멤버들과 함께 여가를 보낸다. 토요일은 아직 나의 봉사프로젝트를 진행할 리더들이 오지 않아서 우리는 전 캠프 리더인 Nicolas와 Olivia, 같은 봉사 멤버인 Jake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 봉사를 하고 있는 봉사팀과 함께 시내 구경을 다녔다.
30분 정도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가니 다른 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 같이 샌드위치와 맥주를 두둑이 사서 가방에 넣고 시내 Coast에서 먹기 시작하자마자, 갑자기 비가 쏟아져 내렸다. 처음엔 “아, 이렇게 비가와도 당황하지 않고 맞아주는 게 이들의 문화지~” 라며 상황을 즐겼는데 참다 보니 얼굴에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를 물줄기들이 흘러 샌드위치가 젖었고.. 이게 바로 눈물 젖은 샌드위치(?). 괜찮은가 싶어서 주변을 둘러봤다. 다들 꿋꿋이 먹다가 도저히 안되겠는지 비명을 지르며 헐레벌떡 대피했다. 겨우 비를 피할 곳을 찾으니 언제 그랬냐는 듯 비가 그쳤다. 이런 아이슬란드의 날씨.. 헝가리에서 온 Noemi라는 친구가 그러더라 “Are you okay? Haha, welcome to Iceland~”
대략 이런 분위기...
대충 끼니를 때우고 시내 한 Pub에 가서 아이슬란드 맥주인 Gull을 시켜놓고 둘러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다가 Jake가 소개해준 미국식 술게임을 시작했다. 이때를 시작으로 쉴 새 없이 맥주를 마신 것 같다. 이 친구들은 캠프로 돌아가서 마시려고 맥주를 산 줄 알았더니, 다른 Pub으로 이동하는 도중에까지 꺼내 마셔대더라. 그리하여 이동 중에서도 Pub에서도 계속 술을 마시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막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미국식(?) 술게임을 하며 열심히 친해지던 자리.
일요일은 엄청나게 늦잠을 자고 일어나니 우리를 이끌어 줄 새로운 리더 에스토니아인 Artur, 벨기에인 Frederyk이 도착했다. 그동안 우리를 관리해 주던 전 리더들 Olivia, Nicolas는 다른 농장을 이끌러 떠났고, 이제서야 진짜 우리만의 캠프가 시작되었다. 같이 간단히 점심을 마치고 마침 날씨가 좋아 산책을 나갔다.
에스토니아에서 온 캠프 리더 Artur Usk
벨기에에서 온 캠프 리더 Frederyk Boudengen
먼저, 농장 근처 커다란 강에 가서 물수제비 놀이를 하며 유치하게 놀아대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바로 뒤 타볼 만한 동산(?)이 있어 즉흥 하이킹을 결정했다. 한발 한발 올라가면서 가끔씩 뒤돌아본 아이슬란드의 풍경은 정말 장관이었다. 이곳 아이슬란드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몇 하이킹 코스 빼고는 적당한 길이 없다. 그냥 즈려밟고 올라가는 것. 그러다 거의 정상이 다가오니 가파르고 위험한 길이 나왔다. 더 올라갈까 고민하는 중에 한 친구가 “더 올라가다 우리 죽는 거 아니야?”라며 헛웃음을 쳤다. 나도 '그래, 위험한데 굳이 올라가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에 그러자 갑자기 상남자 Frederyk이 성큼성큼 올라가면서 나지막이 한마디 건냈다. “하지만 우리가 더욱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지.” 나는 왜 이 한마디가 그리 뜨겁게 다가왔을까.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동안 이 말을 계속해서 되내였다.
"Boys, be ambitious!" 나는 이 뻔한 말에 무척 공감한다. 한번 살아보는 인생, 무익한 허상들을 좇지 않고 평생을 소년처럼, 넓은 세상을 하나하나 알아가고 공부해나가는 것이 내 삶의 목표다. 이러한 나름의 삶의 목표를 정하게 된 계기는 '독서'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다. 군대에서 시작한 독서를 통해 세상을 간접적으로 접하며, 생각보다 크지 않은 Risk들을 감수해 나를 위한 도전을 한다면 내 삶을 정말 다채롭게 살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따라서 나는 내 건강한 정신이 지켜주는 범위 내에서 계속해서 도전하고 때로는 실패의 좌절을 맛보며 그럭저럭 재미있게 살아보는 중이다. 또한, 순간순간의 두려과 유혹들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 정신수양을 위한 독서와 체력단련도 꾸준히 하는 중이고.. 아무튼, Frederyk의 그 말이 내 삶의 동력의 근원을 한마디로 정의해 준 것 같다. 항상 친한 친구들이 어떻게 그렇게 도전적으로 살 수 있느냐고 많이들 물어보는데, 이제는 한마디로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살아있음을 더욱 느끼기 위해서라고..
우리의 몸은 생각보다 튼튼하고 균형도 잘 잡더라, 한발 한발 오르다 보니 정상에 거뜬히 달할 수 있었다. 우리가 지내던 농장의 전경이 한눈에 보이던 정상에서의 풍경이 아직도 생생하다. 정말 포기하고 내려갔다면 느끼지 못할 광활함을 느낄 수 있었다.
성큼성큼 우리의 길을 이끌어 주던 Frederyk과 산 정상에서의 풍경.
가벼운 하이킹까지 마치니 어느새 주말이 다 끝났다. 3일간 이것저것 하면서 놀아대니 우리는 서로 금방 가까워졌다. 숙소에 돌아와 다 같이 식사를 하고 이래저래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다 보니 잘 시간이 되었고 그렇게 우리의 첫 주말이 끝났다.
낯선 환경에 나름대로 잘 적응해내고 있구나를 느낄 수 있었던 농장에서의 첫 주말.